인사말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추념전은 세월호 참사 7주기에 맞추어 진행합니다. 모든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이 추모식을 구태여 ‘기억식’이라 이름 붙입니다. 이 ‘기억식’이라는 명칭은 참사의 아픔을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말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한나 아렌트의 에세이 속 소제목인 ‘진주 잠수부’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가 바다 밑에서 진주를 건져 올리듯이 캐어 올라온 것은 다름 아닌 내가 좋아 하는 발터 벤야민에 대한 사유이며 기억입니다. 벤야민은 나치의 사슬이 덮쳐 오자 스페인으로 망명을 떠났는데 그것도 막히자 자살로 일생을 마쳤습니다.

재단과 함께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경기도미술관은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가진 가족들과 단원고가 보이는 바로 이웃에 위치합니다. 또한 참사 초기 가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4.16가족협의회 사무실 공간이 위치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미술관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참여 작가들도 모두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공감하는 작가들이 틀림없습니다. 이번 전시에 더욱 훌륭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합니다.

모든 슬픔과 상처도 예술과 같이 하면 반감되리라는 것은 결코 허망한 환상이 아닙니다.진정코 이번 전시가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모든 피해자 가족들과 전 국민에게 많은 위로와 치유가 되길 바랍니다.

4·16재단 이사장
김정헌

경기도미술관은 세월호 참사 7주년을 추념하며 4.16재단과 함께 하는 특별전 《진주 잠수부》를 개최합니다.

단원고등학교는 경기도미술관 앞 화랑저수지를 마주 보고 있는 이웃입니다. 미술관 주차장의 정부 합동 분향소는 참사 후 4년 동안 추모객들을 맞이했고, 미술관은 교육실에 자리했던 4.16가족협의회와 애도의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우리는 함께 고통을 나누고, 과거의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전시의 제목인 ‘진주 잠수부’는 한나 아렌트가 쓴 발터 벤야민의 전기(傳記)인 『발터 벤야민: 1892-1940』에서 가져왔습니다. 낯설지만 풍요로운 심연의 진주와 산호를 캐내어 수면으로 옮기는 진주 잠수부처럼 사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그 가치를 발견해가는 벤야민의 사유 방식을 표현한 단어입니다. 경기도미술관의《진주 잠수부》가 오늘날 우리가 겪는 재난과 아픔들을 견디게 하고, 기억의 시간들을 들여다보며 어두운 시대를 비추는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경기도미술관장
안미희